
이렇게 우승이 값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.
언제 마지막으로 우승했던가, 너무나 쉽게 압도적으로 우승을 해서 우승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.
그렇게 12년의 시간이 흘렀나 보다.
20대를 지나서 30대 중반이 훌쩍 돼 버린 나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벅찬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.
회사 동료들이 냄비라고 놀린다.
뜨겁게 끓어 올랐다가 차갑게 식어 버리는 냄비.
자칭 기아 팬이라고 하면서 응원 팀 선수 조차 알지 못하냐고, 그래 난 우승을 하지 못한 해태 아니 기아는 잊었다.
가끔 스포츠 섹션에서 보는 프로야구 순위표 밑자락에 있는 엘롯기라고 까이면서 종이 호랑이로 추락해 버린 기아는 더 이상 나의 기아가 아니었다.
내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응원해 왔던 기아는 항상 다른 팀을 압도하고,
쉽게 이기고 우승을 밥 먹듯이 해 왔던 팀, 이렇게 밑바닥을 헤매는 팀은 나의 기아가 아니라고...
그렇게 12년을 잊고 지냈다.
오늘 시합 전부터 난 드라마를 꿈꿔 왔다.
친구에게 얘기하곤 했다, 오늘 왠지 기아가 역전 우승을 할 것 같다고..
12년을 돌고 돌아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드라마인데 그냥 쉽게 우승해버리면 너무 싱겁지 않냐고,
마지막은 눈물 범벅의 해피엔딩이 되야 하지 않겠냐고..
그런데 현실은 한동안 잊고 있던 나를 놀리기라도 할 마냥 1:5 상황까지 몰렸을 땐 아 안되는가 잠시 포기했더랬다.
여기까지인가, 내가 꿈꿔왔던 드라마는...
6차전까지 봐 왔던 SK 는 추격은 허용하지만 결코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기에 내심 더 불안했는지도 모르겠다.
그런데 그 드라마가 현실이 될 줄은...
굿바이 홈런이 터져 나오고 축포가 터지고 있을 때 어느새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.
이렇게 극적인 드라마를 결국 결국은 써 버리는구나.
나지완, 이용규, 최희섭, 이종범의 눈물을 보고 이 이상의 드라마는 없구나,
12년을 에둘러 돌아왔지만 기어이 결국은 이뤄버린 잊혀졌던 그 꿈,
오랫동안 생각조차 안한 꿈을 다시 꾸게 해준 기아가 너무 고마웠다.
해.태.타이거즈 그리고 기아.
잠시 잊고 지낸 너무 오래돼서 꿈결같던 행복함마저 기억 안나는 그 꿈을 다시 꾸게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.
다시는 잊지 않겠노라고, 내년 내후년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날아 오를 그 날을 위해 부지런히 다시 한번 당신들과 함께 뛰겠노라고 다짐한다.
12년만의 현실이 된 그 꿈, 기아 V10
기아 사랑합니다.
내 마음 속의 영원한 우승팀, 기아 타이거즈 정말 오늘 만큼은 기아 없이 못 살 것 같노라고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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