東京物語 #1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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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득 초등학교 비오는 날이 떠올랐다.
그날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 난 벽에 적힌 낙서를 흠뻑 젖은 채 지우고 있었다.
나와 짝꿍이 서로 좋아한다는 장난기 어린 낙서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보고
당장 지워야 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.
내일 아침 등교길에 반 친구들이 보지 못하도록..
지우다 보면서 생각이 든 건 놀림을 받지 않을려면 이 친구랑 더 이상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구나 였다.
자기중심적인 사고 방식, 항상 어디론가 도망가고 있는 나.
벽에 적힌 낙서를 지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지워내려가고 있었던 그때의 경험.

왠지 모르지만 난 그때랑 별반 달라지지 않았구나 생각을 한다.
지워내려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.
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땐 그냥 지워버리는 게 편하니까.
그래서 가끔 혹자는 나보고 무섭도록 차갑다고 한다.
한 없이 따뜻하다가 어느 순간 처음 본 사람보다 더 데면데면해져 버리니까.
둘 중의 하나다.
따뜻하거나 차가운 것 중간에서 아슬아슬 외줄타는 내 모습이 위태위태하다.

아직도 누군가는 내 마음 속에 낙서를 한다.
몰래 숨어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공간에 깨알같은 글씨로..
쉬이 읽혀지지도 않고 쉬이 지울 수도 없는, 그래서 항상 난 복잡한 채 그대로다.
어떻게 해야 하나.....................


Kirinji - Aliens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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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9/06/29 13:57 2009/06/29 13:5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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